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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천직(天職)

기사승인 2023.05.26  04: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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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홍우 고성문협 자문위원
시대에 따라 국민이 선호하는 직업도 달라진다.
 
대체로 의사나 판·검사 등의 순위는 유지하지만, 시대에 따라 바람을 많이 타는 직종이 공무원이다. 
 
한때는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했고, 그중에서도 교직을 천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니 ‘교육 백년대계’라고 해서 전통적으로 교사를 우대했다. 
 
‘철밥통’이니 ‘천직’이라고 부른 것은 한 번 임용이 되면 정년까지 무난히 종사할 수 있음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자칫 잘못했다가는 순식간에 그 직을 잃게 된다. 
 
행정직 공무원은 국민의 민원 제기에 위태롭고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의 간섭에 휘둘린다. 
 
학생 인권 조례, 학교 폭력, 성추행, 저출산, 정보 범람 등으로 교사는 이제 천직이 아니다.
지난 5월 15일은 42번째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었다.
 
경상남도 교육감은 ‘선생님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인생에서 선생님과 만남은 가장 고귀하고도 행복한 만남입니다. 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어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라는 서한문을 선생님들에게 보내 격려했다.
 
올해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여론 조사 결과 교사 중 사직을 교민 하는 사람이 전체의 87%란다.
교육대학교에는 미등록 학생 수가 해마다 늘고 자퇴 학생 수도 증가한단다.
그만큼 교직에 대한 매력을 잃고 있다.
 
나는 41년간 고성군 내에서만 초등 교직에 근무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계 실태를 적어 보겠지만, 빙산의 일각이요 동료들의 관점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내가 교육대학에 다니던 1960년대 말에도 지금처럼 교사의 길은 위기였다.
그때에는 과밀학급 해소로 정원을 늘리고, 산업인력의 부족으로 우수한 교사들이 대우가 좋은 회사로 전직하여 교사가 부족했다. 
 
초등교사가 부족하여지자 마산 강릉 2곳에 교육대학을 신설했으며, 고등학교 졸업자를 선발 초등교원 양성소를 개설하여 준교사로 뽑았다.
 
설상가상으로 1969년부터 지금의 수능 고사 전신인 예비고사가 생겼다.
예비고사는 대학 정원의 1.5배수를 뽑는 상대평가였다. 
 
대학 정원 기준은 예·체육학과 초급대학을 제외한 인원이었기 때문에 예비고사를 시행한 대학입시에서는 속칭 일류대학교를 제외하고는 1차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차 3차 선발이 이어지고, 교육대학은 2차 선발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가 많았다.
 
교사가 부족하여 교육대학을 졸업하면 예비역 하사로 임용하여 일정 기간 초등교사로 근무하면 군 복무를 면제해 주는 특혜를 주었다. 그러다 보니 군대에 가기 싫은 사람이 입학하기도 했다.
 
필자가 첫 발령을 받았을 때는 고성군 내 초등학교가 분교를 포함해서 48개였으나, 지금은 영현분교를 포함해서 19개 학교이다. 
 
1971년 내가 초임이었던 동광초등학교가 학년당 3학급으로 전교생이 900명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2년 뒤 내가 방산초등학교에 근무할 때에도 한 학년에 2학급으로 전교생이 490여 명이었다. 
그때에는 학급당 정원이 60명이었으나 심지어 70여 명이 넘는 학급도 있었다.
 
과밀학급을 콩나물 교실이라 불렀으며, 도시에는 교실이 모자라 2부제 수업을 했다.
그러던 전교생이 올해 방산초등학교 41명 동광초등학교가 30명이다.
인구 소멸과 출생률 감소로 이 지경이라 격세지감이 든다.
 
세계 교육 전문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학급당 학생 수는 15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16.5명으로 적정한 수준에 가깝지만, 이는 농어촌 학교의 학생 수 2명 안팎인 것도 평균에 넣은 수치이다.
 
지금은 학급당 20명 정원이지만 대 도시를 제외한 농어촌 초등학교에는 10명 이하 학급도 상당수다.
우리 고성 군내의 초등 19개교(영현분교 포함) 중 학급당 10명이 되는 학교가 7개교밖에 안 된다. 그 외에는 5명 이내이다.
 
현재 고성군 내 초등학생 수가 1807명이고 중학교 1124명 고등학교 1437명이다. 
당시에는 ‘육성회비’라는 것이 있어 담임교사가 육성회비를 받아 경리 담당 교사에게 내고 ‘육성회비 수당’을 받았다.
 
학교장은 학생 수에 따라 수당을 받았기 때문에 수당을 더 받으려고 학생 수를 늘려 교육청에 보고했다. 
실재하지 않는 학생을 ‘유령’이라 불렀으며, 학급 수도 부풀려졌고 출석부에는 있으나 실제는 없는 학생이 몇 명 있었다. 
 
‘정치 바람을 타지 않는다’던 교사에게도 3선 개헌을 위한 ‘10월 유신’이라는 바람이 닥쳤다.
학생 교육은 뒷전이고 3선 개헌에 앞장서야 했다.
 
배정받은 가정을 방문하여 개헌을 위한 홍보는 물론 찬반 분석을 해야 했다.
체벌이란 훈육은 폭력에 버금갔다.
 
예전에는 교사가 질서를 어지럽히는 학생들을 체벌로 엄하게 다스렸지만, 요즘은 손찌검은 고사하고 윽박질러도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세상이다. 
 
지금 그런 훈육을 했다가는 사흘 내에 쫓겨나고 말 것이지만, 그때에는 훈육으로 여겼다.
학부모 학력이 높아지자 고등학교 출신인 준교사에다 2년제 교육대학을 나온 교사를 학부모가 업신여기는 경향이 짙었다.
 
잘 잘못을 떠나 사회 구조가 변화한 것이다. 
이에 교육대학을 4년제로 하고 2년제 수학(修學) 교사에게 편입을 시켜 학력을 높였으며, 통신대학도 4년제가 되어 교사 학력이 높아졌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존경의 대상에서 학교 노동조합의 출범으로 한갓 봉급장이 노동자로 전락했다.
 
교사 자신도 사회에 적응하기보다 별천지에서 사는 특수인 자세여서 ‘꼰대’라는 별명이 붙었다.
교직은 숭고한 직업이다.
 
‘선생(先生)’이란?
먼저 태어나 풍부한 지식과 경험으로 후배를 가르친다는 명칭이다.
교사는 비록 생계문제가 걸렸지만, 노동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교사의 길을 가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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